백화점 신년 할인행사가 '어닝 쇼크(실적부진)'에 견줄 만한 '세일 쇼크'로 끝났다. 사상 유례없는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했는데, 소비심리가 그만큼 얼어붙어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20일 실시된 각 백화점들의 신년세일 매출(기존 점포 기준)이 지난해 행사 대비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8.9% ▦신세계백화점 10.2% ▦갤러리아백화점은 8.5%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설된 점포를 합쳐도 롯데 5.2%, 현대 4.8%, 신세계는 8.1%나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엔 대목인 설 행사가 세일과 맞물렸던 반면 올해는 설이 2월에 있어 매출이 분산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설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매출이 감소했다는 건 중산층 이상이 그만큼 지갑을 열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측은 특히 구매력 높은 고소득층이 주로 구입하는 명품매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의 경우 해외명품패션 매출이 1.2% 감소했고, 신세계는 해외 명품패션 판매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11.6%나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고소득층조차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의미다.

상품별로는 설 영향이 가장 큰 식품매출의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롯데는 34%, 현대 30%, 신세계도 24.6% 감소를 기록했다. 잡화와 남성복도 저조했다.

다만 극심한 한파 영향으로 패딩점퍼와 모피 등이 인기를 끌면서 겨울의류는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롯데의 경우 모피(10.2%)와 아웃도어(37.2%) 매출이 증가했고 현대는 가전과 모피 매출이 각각 40.1%, 29.6% 증가했다. 신세계 역시 스키복(53%), 아웃도어(38.9%), 모피(14.3%) 등 계절의류는 매출이 늘었다.

올해 장사를 가늠하는 첫 세일 실적이 이렇게 부진하게 나오자 백화점들은 충격 속에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다음달에는 설이 끼어 있기 때문에 1~2월 매출액을 합하면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게 나올 수도 있다"고 기대하지만 현재로선 그 조차 장담하기 힘든 분위기다. 특히 작년부터 평상시엔 매출이 마이너스로 가다가 세일기간에만 소비자들이 몰리는 패턴이 나타났는데, 새해 들어선 첫 세일이 참담한 결과로 끝남에 따라 "이젠 세일마저 소비자들이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매출이 상당히 늘어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를 했으나 이른 추위에 따른 반짝 효과가 컸던 것 같다"면서 "설 매출 실적에 따라 금년도 판매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