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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친구` Watch, 그 가치의 재발견

출처 : 매일경제 기사입력 2011-10-18 15:25






 
"도대체 시계가 왜 그렇게 비싼지 이해를 못 하겠어요. 이유가 뭔가요?" 사람들과 시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어떤 시계를 좋아하죠?' '시계를 많이 가지고 있나요?' '제겐 무슨 시계가 잘 어울릴까요?' 등의 질문을 받지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바로 '시계가 비싸다' '비싼 시계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대폰이나 단돈 몇천 원짜리의 전자시계에 비한다면 이른바 '가성비'가 현저히 낮은 고가의 시계들이 어떻게 로망처럼 되어버린 것일까.
객관적인 정보부터 살펴보자. 스위스시계산업협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스위스 시계 수출국 중에 아시아의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나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로존의 재정위기 속에 지난 2~3년간 신흥시장은 세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면서 스위스 시계 산업계의 고마운 존재로 떠올랐다.
가장 최근 조사 결과인 2011년 8월 한 달 수출 통계 사례를 보면 근간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홍콩의 경우 2009년 1억3150만 스위스프랑(한화 1681억여 원) 정도 수출 규모에서 2010년에는 2억2910만 스위스프랑(한화 2928억여 원), 2011년에는 2억7110만 스위스프랑(한화 3565억여 원)으로 점점 늘어나서 2009년 대비 106.1%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싱가포르, 일본에 이어 11위의 수출국이 된 한국도 홍콩보다 규모는 작지만 그 성장폭을 보면 아주 높은 수준이다. 같은 8월의 결과를 보면 2009년 1270만 스위스프랑(한화 162억여 원) 정도 규모에서 2010년 1870만 스위스프랑(한화 239억여 원), 2011년 3340만 스위스프랑(한화 426억여 원)으로 껑충 뛰어올라 2009년 대비 162.5% 성장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이쯤 되니 한국에 들어오는 시계 브랜드와 시계들이 점차 늘어났고 백화점이나 로드숍 등 부티크의 확장, 신문과 잡지에서의 마케팅도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 옛날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패션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진출할 때처럼 시계시장의 확장은 이미 주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도가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예물이 아닌 다른 이유로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증권회사 부장인 지인은 상사가 새로 부임하면서 "좋은 시계를 하나 갖추는 게 비즈니스를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을 듣고 전문 시계 브랜드의 제품을 구입했다.
전혀 시계에 관심없을 것 같던 한 여성 디자이너도 남성 시계 하나를 구입하고 싶은데 어떤 것이 좋은지 조언을 구했다. 보통 시계, 특히 기계식 시계 하면 남성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파네라이, IWC, 브라이틀링처럼 여성 시계 컬렉션을 따로 두지 않는 브랜드까지도 여성들의 문의와 구입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결혼 예물을 넘어 일상생활을 위해서 혹은 취미를 위해서 하나둘씩 시계를 더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구입 이유나 방법은 다양하다. 초창기에는 몇십만 원짜리부터 시작해서 점차 몇백만, 몇천만 원짜리도 불사한다.
시계 리뷰, 시계를 구입한 '득템기' 등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글을 볼 수 있는 온라인 시계 커뮤니티인 타임포럼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화두는 알면 알수록 가격에 둔감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먹을 것 먹지 않고 입을 것 입지 않고 시계를 구입하는 사람, 심지어 시계를 구입하기 위한 적금을 든다는 사람도 있다. 금전적인 면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혼자의 경우 부인 몰래 구입하거나 부인이 원하는 것을 구입해주고 또는 시계를 함께 착용하기 위해 되도록 남녀공용을 구입하는 경우 등 구입 형태는 다양하다. 이렇게 시계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니 점차 고가, 고기능의 시계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그렇지만 시계의 가치보다는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성능이 좋은 차와 오랫동안 숙성기간을 거친 와인이나 위스키가 비싼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시계가 비싼 것에는 '이해 불가능'이란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 많다. 플래티넘과 골드 소재에 큼지막한 다이아몬드나 사파이어가 박힌 주얼리처럼 소위 '값어치' 높은 보석 하나 박혀 있지 않고 그야말로 금속 덩어리라고 할 수 있는 도구인 시계가 어마어마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걸 보면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내 자식에게 친구를 소개하듯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것
"제게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제가 밥을 주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가지 않는 기계식 시계는 아날로그적 동반자 저와 함께 호흡하는 존재죠"
시계 제조의 역사는 기술적인 발전ㆍ혁신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삶의 방식 안에서 시간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가까운 예를 지난 9월 23일 열린 온니워치 경매에서도 볼 수 있다. 온니워치는 2001년 전신의 근육이 약해지는 유전성 난치병인 듀켄씨근이영양증에 걸린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모나코에서 발족한 협회(AMMㆍAssociation Monegasque contre les Myopathies, Monaco Association against DMD)에서 주최하는 시계 경매다.
2005년부터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이 경매에는 시계 브랜드들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시계를 내놓고 있는데 올해 40개 브랜드가 참여했다. 세상에 유일무이한 시계라 더 주목받은 건 사실이지만 경매 결과를 보면 추정가 이하에 판매된 것도 상당하다.
그러나 이변은 '파텍 필립' 브랜드에서 내놓은 Ref.3939에 있었다. 이 시계는 소리로 시간을 알려주는 미닛 리피터와 중력에 의한 시간 오차를 줄여주는 투르비용을 동시에 장착한 기능으로 상당히 복잡한 시계군에 속한다. 그래서 추정가도 45만~60만유로(약 7억~9억5000만원)로 높았다.
그러나 경매 결과는 추정가의 배가 넘는 140억유로(약 22조원)가 넘는 가격에 낙찰됐다. 고기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시계 케이스가 스테인리스스틸 소재라는 사실이 그 결과를 더욱 놀랍게 만든다. 사실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시계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경매업계의 블루칩인 파텍 필립의 컴플리케이션 시계 중에는 스테인리스스틸 소재가 드물기 때문에 그 가치는 더 높아진 예를 과거 경매 결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시계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졌던 가치에 대한 개념을 뒤엎는 경우가 많다.
 
그런 역발상의 가치가 있다고 하지만 단적으로 시계 가격이 높은 것, 그리고 최근 몇 년간 시계 가격의 상승에 대해서 여전히 이해불가의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사실 시계 재료의 원가를 따지면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금이나 다이아몬드가 들어갔다고 해도 말이다. 하나의 새로운 시계를 구상하기 위해 리서치, 디자인, 생산, 제조, 마케팅에 몇 년간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고 또한 원자재 가격도 상승한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시계 가격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장인들의 인건비일 것이다. 단순한 기능을 가진 시계는 하루에도 몇 개씩 뚝딱 만들 수 있지만 부품이 500개를 넘어가는 정밀하고 복잡한 기계식 시계의 경우 무브먼트의 조립에만 수개월이 걸린다.
단순히 원가 대비 개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시계는 분명 원가 대비 가치로는 논하기 힘든 오브제다. 종종 예술 작품에 버금간다. 시계는 그저 금속으로 만들어진 물건일 뿐이지만 시계, 특히 기계식 시계라면 몇백 년의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잇는 장인들의 공예품이기도 하다.
지난 6월 24일부터 8월 14일까지 싱가포르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특별한 전시, '바쉐론 콘스탄틴의 보물(Tresures of Vacheron Constantin)'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1755년에 창립돼 2011년까지 256년을 이어져 온 바쉐론 콘스탄틴의 귀중한 유물이 전시됐는데 비단 시계가 아닌 인류의 역사의 한 단면을 만날 수 있었다. 시간, 달의 움직임, 소리를 알려주는 기능 외에도 기요셰와 같은 문양을 넣거나 조각도로 부조 또는 상감을 넣으면 조각이요, 에나멜로 작고 정교한 그림을 그려 넣으니 캔버스나 매한가지요, 진주나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으로 장식하니 귀중한 보물이 되기도 한다.
전시 오프닝에서 바쉐론 콘스탄틴의 대표 주앙카를로스 토레스는 "단순히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이를 어떻게 이어 나가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을 추구하면서 전통도 지키는 것은 우리의 사명입니다. 시계 제조의 노하우와 장인들의 기술 전수, 이를 통해 고급 시계의 가치를 보여주는 일은 우리의 책임과 의무입니다"라고 밝힌 것처럼 시계는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이다. 리초린 싱가포르 국립박물관 관장은 "시계 제조의 역사는 기술적인 발전 및 혁신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삶의 방식 안에서 시간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됐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시계는 단순한 물건은 아니다.
이쯤에서 시계의 가치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 우선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도 있지만 그 사람의 취향과 사회, 경제적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작 시계를 오랫동안 좋아한 사람들에게 시계의 존재가치에 대해서 물어보면 합리성보다는 감성적인 이유가 훨씬 강하다. 거기에는 고가이든 저가이든 가격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게 시간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제가 밥을 주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가지 않는 기계식 시계는 아날로그적 동반자입니다. 저와 함께 호흡하는 존재죠" "차고 있는 시계를 통해 내 인생의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소중하고 가치 있게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죠" "영원히 변치 않는 수명(Everlasting lifespan)! 좋은 시계는 삶을 같이할 수 있어요. 제가 가진 시계를 보면 직장에서 일할 때, 결혼할 때의 기억이 떠오르고 그때 느낀 환희, 기쁨이 생각나죠. 공감대 많은 친구와 같아요"라고 말한다.
각기 다른 표현을 했지만 결국 잘 고른 시계 하나는 평생의 친구와 같은 존재로 남는다는 말이다. 그저 잠시 스쳐가는 친구와 달리 평생의 친구라면 어떤가? 그 친구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소요한다. 때로는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애정으로 잘 관리하고 정성을 다한다면 평생의 친구로 삼을 수 있다. 시계도 똑같다. 우연히 사귀게 된 친구처럼 디자인에 반해서 충동구매를 하는 시계도, 조심스레 사귀는 친구처럼 여러 번 보고 신중하게 구입하는 시계도 있을 것이고, 오래 사귀었지만 결국 헤어지는 애인처럼 때론 소위 방출한다고 표현하는 중고로 판매한 시계도 있을 것이고, 새로운 사람을 사귀듯 영입하는 시계도 있을 것이다.
내 자식들에게 친구를 소개하듯 시계도 자손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점은 시계에 있어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이쯤 되면 시계는 단지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을 함께 나누어 가는 존재가 된다. 시계의 진정한 가치는 바로 그런 것에 있다.
[정희경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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