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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욕망' 현대인…소비의 주인인가, 노예인가

출처 : 매일신문 기사입력 2011-07-30 10:09






 
 
현대인들에게 명품은 나의 능력을 보여주는 증명서나 다름없다. 예전에는 성공이나 부유함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소비의 고급화가 진행되면서 이제는 “적어도 난 자본주의 경쟁에서 도태된 인간은 아니다”를 보여주는 수단으로 전락했다. 그러다 보니 너도나도 명품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에게 이미 자신의 소비 수준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명품 구매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어찌 보면 애처롭기까지 한 존재 증명이다.

길거리에는 마치 로고 보여주기 경쟁이 붙은 듯 이탈리아와 프랑스, 미국 등 해외 유명 브랜드들로 넘쳐난다. 장구한 브랜드 역사,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한 품질, 희소성 등 명품이 가진 본래의 의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남들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자신을 포장하는 ‘과시적 소비’(conspicuous consumption)라는 의미만 앙상한 뼈다귀처럼 남았다. 이렇게 돈으로 자신을 치장하는 데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명품이 뭐기에

“명품이 뭐기에…스폰서 덫에 걸린 여성들”. 최근 보도된 뉴스의 제목이다. 외모, 학벌, 능력 어떤 것도 내세울 것 없는 자신이 한탄스러웠던 인천의 제조업체 영업사원인 주모(27) 씨는 ‘스폰만남’ 카페에 가입했다. 스폰만남이란 이성에게 일정 기간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대가로 애인처럼 지내는 것. 불법적인 성관계까지 거래 대상에 포함된다고 한다.

평범한 회사원인 주 씨는 타인의 인적사항을 도용해 강남 명품숍을 운영하는 부자로 자신을 포장한 뒤 한 달에 3, 4회 성관계를 맺으면 150만~200만원을 주겠다며 여성들을 유혹했는데 여기에 모두 11명의 여성이 걸려들었다.

검찰에 따르면 주 씨의 범행에 걸려든 피해자 11명 대부분은 20대 직장인, 대학생 등 극히 평범한 여성들이었다. 게다가 18세에 불과한 청소년도 있었다. 검찰은 "이들 피해여성이 일시적인 경제적 궁핍이나 명품을 사고 싶은 욕망, 성형수술비 마련 등의 이유로 성매매에 나섰다"며 "다만 이들을 주 씨 범행에 의한 피해자로 보고 성매매 혐의에 대해서는 불입건했다"고 밝혔다.

사실 명품을 구매하기 위한 비용으로 술집에 드나들고, 몸을 파는 여성들의 이야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욕망’에 무너진 일그러진 현대인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 극단적 사례가 아니더라도 명품을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의 노력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대학생부터 나이 지긋한 중년 여성들에까지 ‘명품계’가 보편화되어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의 명품 유행에는 스스로에 대한 불안한 심리가 깔려 있다. 취업과 직장 내 경쟁 속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와 자신이 뒤처질지 모른다는 사회적 강박관념이 명품 구매에 한몫을 한 것이다.

대학생 이모(23`여) 씨는 "대학 졸업반이 되면서 명품가방 하나쯤은 갖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친구들과 장난 비슷하게 명품계를 만들었다"며 "학생 용돈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돈이지만 친한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명품을 구매하고 이를 서로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명품의 속성이 ‘과시’에 있는 만큼 이 명품계는 정말 속내를 터놓는 친한 친구들끼리만 꾸려진다. 이 씨는 "그냥 과 동기나 선후배들이 볼 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싶다"며 "명품계를 통해 구매한다는 것은 친한 친구들끼리만 공유하는 비밀"이라고 했다.

명품계보다 더 흔한 사례는 카드 할부다. 길게는 12~24개월까지 할부를 통해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도 상당수. 한 백화점 직원은 "100만원짜리 백 하나를 24개월에 걸쳐 할부로 구매하는 주부, 라이터 하나를 12개월 할부하는 대학생 등도 꽤 많다"고 했다.

◆남들 눈 때문에

하지만 이렇게 기를 쓰고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이미 그릇된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명품을 둘러야만 능력 있고 성공한 사람으로 인식하다 보니 웬만한 뚝심으로는 이 잣대를 피해가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서울 대치동과 대구 수성구에서 과외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모(38) 씨는 옷부터 가방, 넥타이, 구두까지 모두 명품으로 꾸미고 다닌다. 아픈 부모님 수발 때문에 버는 만큼 고스란히 써야 하는 형편이지만 명품은 그에게 있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한번 구매한 명품 구두의 밑창을 예닐곱 번 이상 갈아가며 몇 년을 신는다. 이 씨는 "보통 의사, 전문직 등 부유층 집안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다 보니 그들의 수준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며 "겉치장이 허술한 것은 이 세계에서는 곧 그만큼의 벌이가 되지 않는 능력 없는 강사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로 읽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개인사업을 시작한 박모(45) 씨도 마찬가지 경우다. 그는 집은 월세에 살지만 외제차에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닌다. 박 씨는 "아무리 내가 가진 잠재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남들에게 이를 인정받지 못하면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며 "속내 모르는 사람은 쥐뿔도 없는 형편에 겉멋만 들었다고 욕할지 모르지만 나로서는 성공을 위한 방편"이라고 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은근한 시샘과 경쟁심리까지 가세한다. 특히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오랜만에 만나는 학교 동기들 모임. 친구가 어떤 브랜드의 백과 옷, 액세서리를 했는지를 일일이 살피며 묘한 심리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런 여자들의 명품 경쟁은 남편들에게까지 은근한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중소기업의 부장인 최모(48) 씨는 늘 아내 명품백 하나 못 사주는 것이 미안하다. 해외 출장이 있을 때마다 면세점을 기웃거려 보지만 백만원 단위를 호가하는 백 하나를 선뜻 사들고 나오기 쉽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에는 "차라리 중국 출장길에 짝퉁이라도 하나 사오라는 아내의 말에 짝퉁을 사들고 왔는데, 그건 도저히 못 쓰겠는지 장모에게 줘버리더라"고 했다. 최씨는 "친구들 모임에 다녀와 뾰로통한 아내를 볼 때면 ‘까짓것 나도 하나 사줘야지’ 하다가도, 혼자 벌어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이 돈이면…’이라는 생각이 앞서게 된다"고 했다.

◆돈 있다고 명품 스트레스 없진 않아

부자들이라고 해서 ‘명품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눈은 늘 자신의 아래보다는 위를 향하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품매장 매니저들은 "명품 소비에도 급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푼푼이 절약해 모은 돈으로 간혹 가다 한번 가방이나 지갑을 사는 게 낙인 사람들도 있고, 조금 더 능력 있는 사람들은 이것을 수집하는 수준에 이른다. 그리고 정말 돈이 넘쳐나는 사람들은 아예 하나부터 열까지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도 모자라 최신 유행의 ‘한정판’ 제품을 얼마나 보유하느냐에 목숨을 건다.

구매하는 제품의 종류에서도 차이가 난다. 여성들은 주로 지갑이나 핸드백에서 시작해 구두, 의류, 보석 등의 순으로 발전하고, 남자들은 옷, 액세서리 등에서 시작해 큰돈을 벌면 가장 먼저 차와 시계에 집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매력의 차이는 명품족들이 가장 잘 꿰고 있다. 그런 만큼 서민들이 보기에는 수많은 명품을 가지고 있는 부자들 역시 ‘한 차원 높은’ 명품을 손에 넣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한 명품 매장 매니저는 "매달 200만~300만원을 명품 구매에 사용하면서도 정작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하지 못해 주눅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처럼 명품에 대한 집착이 날로 심해져 가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의 부(富)를 드러낼 방법이 ‘사치재 소비’ 외에는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 주는 지표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명품이 되어버린 것. 하지만 정작 명품에 대해 누구보다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명품매장 매니저들은 이런 명품 스트레스에 대해 아예 ‘득도’한 사람들이다. 결국은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 명품매장에서만 15년을 근무했다는 한 매니저는 "처음에는 갖고 싶어 안달이 났고 매달 월급의 일정 부분을 명품 구매에 지출할 정도로 씀씀이가 컸지만, 이제는 벌써 수년째 단 하나도 구매하지 않을 정도로 무관심해졌다"고 했다. 그렇다고 아예 갖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워낙에 좋은 것을 많이 보다 보니 이제 웬만한 제품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정작 갖고 싶은 제품은 너무 고가라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할 수준인 것이다. 그는 "내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다 보면 결국 나 자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모두 다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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